최근에 사람들을 만나면 (특히 bay area에 살지 않는 분들)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샌프란 괜찮아요?’이다. 심지어 가족들도 한국에서 샌프란 관련 뉴스를 볼 때마다 걱정스러운 카톡을 보내곤 하는데, 그런 뉴스에 나오는 샌프란시스코를 보면, 배트맨에 나오는 고담 시티가 차라리 살기 좋아 보인다.
하지만, 너무나도 문제가 많은 도시지만, 그렇다고 쉽게 망하지도 않을 것 같은 곳이 샌프란시스코인 것 같다. 여전히 스타트업, tech의 중심에는 샌프란이 있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의 문제들
일단 노숙자 문제는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닌데, 코로나를 거치고 다운타운이 죽기 시작하면서 그 숫자가 최근에 훨씬 더 늘어난 것 같다. 게다가 많은 노숙자들이 마약문제까지 있는데, 확실히 최근에는 한 5년 전만 해도 보지 못했던 펜타닐 중독자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정말 그 사람들은 TV에 나온것처럼 좀비 같은 포즈로 가만히 서 있는다…)
그럼 이런 문제들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정부라도 필요할 텐데… 아쉽게도 지난 10년간 경험한 샌프란 정부를 봐서는 그다지 희망적이지도 않다. 노숙자들에 대한 대책이라고 해봤자 한 거리에서 다른 거리로 옮기는 정도고, 마약에 관한 대책으로 내 논 것이 마약 중독자나 공급책을 처벌하는게 아니라 마약 투약 시 오래된 바늘을 쓰면 병에 걸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니 병에 걸리지 말라고 새로운 바늘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평등’에 집착하는 교육단체들은 선행학습은 부유한 자녀가 주로 할 수 있고 그래서 나중에 부의 불평등을 초래한다고 공립 중학교에서 방정식을 가르치는 것을 금지 해버렸다. (그럴수록 돈 있는 집의 자녀들은 사립학교로 가고 샌프란 공립학교의 수준은 점점 내려간다는 생각은 왜 하지 못할까…)
전 세계 최고수준의 세금을 내면서 사람 똥, 마약에 사용된 바늘을 밟을까 걱정하면서 걸어 다니는 게 샌프란의 현실이다. 샌프란의 문제점을 나열하자면 아마 이 포스트가 끝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도 애청하는 슈카월드의 영상으로 나머지 이야기는 대체하려고 한다. 👇🏼
그래도 샌프란시스코.
그럼에도 나는 왜 아직도 10년이 넘게 이 동네에서 살고 있느냐고 한다면 결국 샌프란시스코가 아직도 전 세계 스타트업, 테크 세계의 중심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지난 몇 년간 샌프란시스코에서 꽤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빠져나간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도 새로운 스타트업이 가장 많이 나오는 곳 또한 샌프란이다. 최근에 다른 파운더 친구들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했던 말이 “Only the serious builders are left in SF” ? 이제 샌프란에는 찐 빌더 (i.e. 엔지니어, 창업가 등등)들만 남았다는 얘기였다.
아직 경기가 좋지는 않고 예전보다 도시가 조용하긴 하지만, 여전히 초기 스타트업들은 샌프란에서 계속 나오고 주변에도 AI 바람과 함께 뭔가 계속 만들어보려는 사람들이 많은 느낌이다. 오히려 돈이 넘쳐 흐르던 몇 년 전에는 제대로 된 프로덕트를 만들려는 것보다는 더 많은 funding을 더 높은 valuation에 받는 데에 집중한 경향이 있었다면 지금은 좀 더 이 새로운 AI 기술을 통해 어떤 제품을 만들 수 있는지에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최근에 운이 좋게 유명한 VC에서 하는 startup accelerator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는데, 거기에 참여한 13개 정도의 초기 스타트업을 보면 일단 전부 다 AI 스타트업이고, 그중 두, 세 회사를 제외하고는 전부다 샌프란에 회사가 있었다. 몇몇 회사들은 유럽, 남미출신의 창업자를 세운 회사였는데 모두 물어보면 당연히 AI 스타트업은 샌프란에서 시작하는 게 맞는다고 얘기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AI / LLM 바람의 중심에 있는 회사들이 대부분 샌프란시스코에 headquarter 두고 있다. Open AI는 말할 것도 없고, anthropic, Harvey AI, character AI, 등등 탑 AI 회사들이 샌프란에서 전 세계 AI 쪽의 top talent들을 끌어모으는 추세다. 코로나 때 시작됐던 remote work의 바람도 한계를 슬슬 보이는 상황에서 (주변 친구들이 다니는 회사들을 보면 대부분 1주일의 두세 번은 출근하라고 시킨다), 샌프란에 다시 엔지니어들이 모이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미국 내에서 샌프란시스코를 대체할만한 도시가 마땅히 없는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 열기에 힘입어 마이애미, 텍사스에 오스틴 정도가 약간 반짝하긴 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결국 세금을 줄이기 위해 이사를 한 몇몇 부자 벤처 투자자들밖에 없지 제대로 된 스타트업이 아직까진 생겨나지 못하는 것 같다. 아무리 돈이 몰려도, 몇십 년 동안 쌓여온 스타트업 “분위기”(?)는 하루아침에 베낄 수는 없나 보다.
(물론 예외적으로 뉴욕은 샌프란에 견줄만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 같다. 꾸준하게 크게 성공하는 스타트업들이 나오고 일단 최근 몇 년간 뉴욕으로 이사 가는 젊은 유능한 엔지니어들이 꾸준하게 늘고 있다. 우리 회사에서도 뽑고 싶었지만 뽑지 못한 엔지니어들이 몇 있었는데, 우리를 고사한 가장 큰 이유가 뉴욕에 살고 싶다는 이유였다. 아직은 top tier VC들이 다 bay area에 있지만, 점점 뉴욕오피스를 여는 회사도 많아지고, 어찌 됐든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도시인만큼 점점 스타트업 인재들도 몰리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의 문제점(?)은 밤늦게까지 놀게 너무 많다는 점이다. 전세계에서 샌프란만큼 일과 product buildling에 집중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있을까… 😅
어찌됐든 샌프란에 놀러오는 친구들, 주변사람들에게 ‘샌프란 괜찮아요?’ 만큼 자주 듣는말이 있다.
‘샌프란 생각보다 괜찮은데?ㅋㅋ’
찰 구독하고 있어요~~
"밤늦게까지 놀게 너무 많다는 점이다. 전세계에서 샌프란만큼 일과 product buildling에 집중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있을까…"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