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첫번째글. 2024년의 스타트업
작년 한해 스타트업 세계에서 버티면서 느낀점
이제 더 늦기 전에 (벌써 2025년도 2월이 다가온다…) 2024년을 돌아보며 몇 가지 느꼈던 점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뭔가 대단한 인사이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 실리콘밸리에 종사하는 분들이라면 다 많이들 얘기하고 들어본 이야기일 것이다) 지난 1년 너무나도 빨리 변했던 스타트업 세계를 살면서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려고 한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글을 많이 못 썼는데, 2025년에는 조금 더 열심히 써보려고 한다. 짧게라도 한 달에 한 번 내 생각을 기록할 수 있는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리고 대단한 파운더들
이 동네에서 좀 많이 잘나가는 스타트업들을 보면 생각보다 정말 어린 친구가 창업자로 있는 회사들이 꽤나 많이 보인다. 대표적인 예로 요즘 가장 핫한 회사들 중 하나인 AI 코딩 툴을 만드는 Cursor도 대학교를 갓 졸업한 친구 4명이 창업한 회사인데 벌써 기업가치 $2.6B를 찍었고 (요즘 환율에는 무려 3.7조 원! [관련기사]), AI 시대에 필요한 사람들을 구해주는 리크루팅 플랫폼을 만드는 Mercor란 회사도 어린 친구들 3명이 창업한 지 2년 만에 기업가치 $2B에 큰 투자를 이끌어냈다 [관련기사].
물론 이 동네에서는 예전부터 페이스북의 저커버그, 인스타그램의 시스트롬, 스냅챗의 스피겔 등 어린 창업자들이 종종 있었지만, 요즘 세대의 어린 창업자들과는 좀 느낌이 많이 다르다. 전 세대의 어린 창업자들은 대부분 재밌어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쓸 것 같은 앱들을 만들다가 (소셜미디어 앱) 성공이 “얻어걸린” 느낌이 있다면, 요즘 친구들은 정말 어렸을 때부터 창업을 위해 공장에서 만들어진 머신 같은 느낌이 있다. 실제로 많은 어린 창업자들이 Thiel Fellowship, Neo Scholar, Prod 같은 창업자를 길러내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 출신들이 정말 많고, 건너건너 그들이 회사를 만들어나가고 운영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Cursor 창업자들 같은 경우 유명 팟캐스트인 Lex Fridman 채널에 나와서 길게 인터뷰를 한 적도 있다.) 굉장히 체계적이란 느낌이 든다. 다른 사람들이 10년 가까운 커리어를 통해서 배운 직관들을 이미 내장하고 사회에 나온 느낌이랄까.
단적으로 이 스타트업들의 프로덕트만 봐도 창업자들의 시작점이 많이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 막말로 페이스북과 스냅챗 둘 다 대학생이 이성과 소통하고 싶어서 만든 앱들인 반면에, Mercor 같은 경우 AI, LLM 모델들의 트렌드도 알고 그에 따른 잡 마켓에 대한 이해도도 필요하고 마켓플레이스인 만큼 그냥 재미로 만드는 제품은 확실히 아니다.
주변에 이성 친구를 만나고 싶어 했던 대학생들은 많이 봤는데, “난 B2B SaaS로 성공할 거야!” 했던 대학교 친구들은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요즘 젊은 창업자 친구들은 후자에 속하는 친구들이 더 많은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다들 정말 열심히 일한다
위에 언급했던 스타트업들도 이외에도 수많은 창업자들과 스타트업이 샌프란에 있는데, 또 한 가지 2024년에 느낀 건 다들 정말 열심히 독하게 일한다는 것이다. 2010년대 후반, 2020년대 초반 한창 돈도 몰리고 거품이 많았을 때와는 확연히 차이가 느껴진다.
심지어 링크드인에서 리크루팅하러 오는 메시지들을 쭉 보면, 1주일에 6일 출근까지 요구하는 회사들도 종종 보이고, 일부러 결혼 안 한 젊은 싱글들만 뽑는다는 스타트업 얘기도 들리고, 팀 전체가 같이 살면서 그 집을 오피스로 쓰는 곳도 꽤나 많다.
생각해보면 워라밸(work-life balance)이란 단어를 마지막으로 듣거나 얘기해본 적이 언젠지 가물가물하다.
종합해보면, 날고 긴다 하는 사람들이 한 동네에 다 모여서, 그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일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미 전 세계에서 제일 앞서나간다고 하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세계와의 격차를 더더욱 벌려 나가는 것 같다. 안 그래도 얼마 전 유럽 투자자와 만나서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분도 미국에서 있는 시간을 늘리고 미국 스타트업에 더 투자를 많이 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는 얘기를 하면서, 유럽도 각종 규제가 스타트업들의 발목을 잡고, 경기도 침체되고, 특히 테크 섹터가 AI / Blockchain 시대로 넘어가면서 미국과의 격차가 갈수록 커져가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게다가 유럽에서도 똑똑하고 야망 있는 친구들은 대부분 미국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미국 시장 투자를 안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유럽의 이야기가 남 일 같지만은 않아 보인다.



최신 인사이트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