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트에서 초기 스타트업에서 일하면 좋은 점에 대해서 글을 적어봤으니 이번에는 아쉬운 점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지난 포스트를 짧게 요약해보자면, 장점으로 #1 스타트업 경험, #2 성장 기회, #3 돈을 꼽아보았는데, 사실 아쉬운 점도 저 세가지와 크게 관련이 있다.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단점 #1. 스타트업의 네임밸류 (name value)
High risk, high return.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초기 스타트업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도박이다 (스타트업의 90%는 결국 망하게 된다는 통계가 있다). 스타트업이 성장해서 유명해지면, 초기 멤버들도 그 후광을 같이 받게 되지만, 그게 아니라면 같은 레저매의 한줄이라도 그 무게는 천지 차이다.
물론 회사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초기에 다같이 으쌰으쌰해서 프로덕트를 만들어 나가는 경험은 굉장히 valuable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회사가 결국 망한다면, 그 실패도 어찌됐든 나의 실패가 되는것이다. 아무리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고, 실리콘밸리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해도, 반복된 실패는 좋지 않은 것이고, 같은 기간동안 좀 더 크고 이름있는 회사에서 일할 수 있었던 기회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A란 친구가 대학을 졸업하고 별 성공을 못한 스타트업 두군데서 2년씩 4년을 보냈다고 하자. 같은 기간동안 B는 유명한 대기업에 들어가서 승진도 하고 승승장구 하고 있다고 하자. 과연 내가 스타트업 파운더라면 아무리 스타트업 경험이 좋다고해도 B 대신 A를 자신있게 뽑을 수 있을까?
단점 #2. 체계적인 성장 (growth) 기회의 부재
지난 포스트에서도 말했듯이, 스타트업은 항상 할게 많고 일손은 부족해서 많은 성장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다시 말하면, 그만큼 정신없는 environment 이기 때문에 자기가 알아서 그 기회를 만들어야 된다는 것이다.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기때문에 만약 자기 밥그릇을 챙길 정도의 짬이 없다면 성장은 오히려 느려질 수도 있다.
큰 회사에서는 employee의 성장을 위한 시스템과 매뉴얼이 꽤나 잘 갖춰줘있다. 일단 level을 통한 확실한 직급이 있고 (예를들어 신입사원은 L3 → L4 → L5 부터는 시니어 엔지니어 → L6, 7, 8 …) 좋던 싫던 performance review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평가를 받고 승진이 결정된다. 그리고 이 시스템을 앞에서 잘 이끌어 나아가줄 메니저의 존재까지 (그리고 이런 경험을 미리 해본 수많은 회사안에 멘토들). 물론 회사, 팀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부분 big tech 회사들을 볼때, 개인의 성장 방법은 이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나도 구글에서 일할때에는 메니저와 ‘성장’에 대해서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눴었다. 다음 레벨에서는 어떤 스킬이 필요하고, 그 스킬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떠한 프로젝트를 맡을지, 승진이 실패했다면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와 어떻게 그부분을 채울지 매주 1:1: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메니저들 또한 자기 밑에 팀원들을 승진시키고 성장시키는게 그들의 주된 책임이고 이게 그들의 performance review에 반영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팀원들의 성장에 투자할 수 밖에 없다.
반면에 스타트업은 초기에는 승진이나 직급에 대한개념도 잘 없을 뿐더러, 모든 focus는 개인의 성장 보단 회사의 성장과 니즈(needs)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개개인은 회사가 성장하기위해 필요로하는 일을 하러 들어오는거고, 회사가 성장하면서 생기는 새로운 일들을 그일을 해본 사람들을 새로 뽑지 있는사람을 키워쓸 여유가 많이 없는것이다. 그래서 회사의 성장과 같이 자기 자신도 성장시키려면, 내가 알아서 먼저 나서서 하는 수 밖에 없고, 이런 성격이 아니라면 스타트업에서 고전할 가능성도 꽤 크다.
체계적인 성장 시스템이 없는 스타트업에서 어떻게 하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 Sendbird founder이신 John님께서 정말 좋은 영상을 올려주셔서 공유한다.
단점 #3. 돈
거의 모든 실리콘밸리 회사들의 compensation (보상체계)는 base salary (연봉) + stocks (주식) 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가장 큰 차이는, 대기업은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자사 주식을 주고, 스타트업은 이전에 얘기했듯이 복권 같은 스톡 옵션을 준다는 것이다. 그에 따른 장단점은 다들 어느정도 예상이 가능할 것이다. 하나는 (거의) 바로 현금화해서 쓸수 있는 돈이고, 다른 하나는 아직 긁지 않은 복권이다. 그럼 저 스톡옵션이란 복권이 현실적으로 어떤 문제들이 있을까.
일단 이 복권은 언제 터질지 전혀 몰라서 financial planning을 하기 쉽지 않다. 얼마를 벌지 모르는데다가 그 결과또한 2년후에 나올지 5년후에 나올지 예상 할수 없으니, 내가 N년후에 얼마나 벌고 모을 수 있을지 예상이 쉽지 않다. (개인적인 생각: 사실 스톡옵션은 0원이라고 생각하고 미래를 설계하는게 더 정신건강에 좋을 수 있다…) 예를들어 A 는 대기업에서 연봉 20만불과 주식10만불어치를 받고 B는 스타트업에서 똑같이 연봉 20만불 스톡옵션 10만불어치를 받는다고 했을때, 결국 A가 매년 버젯이 10만불 더 있는것과 같다. 실제로 미국은행에서 mortgage (집 살때 받는 대출)를 받을때 A는 연봉이 30만불이라고 계산이 되고, B는 스톡옵션 가치가 아무리 뛰어도 연봉은 그대로 20만불로 계산이 된다.
스톡옵션에 대해서 잘 모를경우 이 부분을 놓치는 경우가 있는데, 스톡옵션은 행사하는데 돈이 들고 이때 드는 돈이 생각보다 많은경우가 있다. 스톡옵션이 간단히 말해서 그 회사 주식을 좀 싼가격에 살수 있는 권리인데, 그 권리를 행사해서 회사주식을 얻고싶으면 투자금이 든다. 아무리 초기 스타트업이고 회사가치가 낮더라도 옵션을 행사할때는 몇천만원정도의 투자금이 들어간다. 그리고 어떨경우 행사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많이 낮을때 정부에서는 이 비상장 주식을 수익으로보고 생각보다 많은 세금을 부과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주변에 대학졸업하고 잘나가는 스타트업을 조인해서 많은 스톡옵션을 받지만, 이 옵션을 다 행사할 초기 자금이 부족해서 일부만 가지고 퇴사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고 들었다. 이런 사람들은 나중에 그 회사가 상장한다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요즘에는 이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IPO를 앞둔 스타트업 종사자들에게 옵션을 행사할 수 있게 돈을 빌려주는 서비스들도 많다고 들었다)
마지막으로, 순전히 스타트업 성공 확률만 생각한다면, 큰회사에서 착실하게 성장하면서 그 회사 주식도 모으고 연봉도 올리는게 더 확실하게 돈을 버는 방법일 수도 있다. 물론 최근에 테크 주식들이 급락 하였지만 😢, 그 전까지만해도 수많은 회사들의 주가가 정말 꾸준하게 “up and to the right” 이었다. 그리고 스타트업 compensation보다 cash flow가 훨씬 좋은 만큼 다른 여러분야에 투자도 가능하고 심지어 상장주식이 스타트업 valuation 오르는것만큼 많이 올랐던 경우가 다반사였다.
In conclusion…
이 글을 쓰다보니, 거의 지난 포스트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이 되어버린것 같다. 근데 이게 무슨 뜻이냐면 결국 정답은 없다는 거다 ㅎㅎㅎ…
YMMV — your mileage may vary. 이 동네에서 많이 보이는 영어 줄임말중 하나다. 대충 번역하자면 케바케 (case by case), 아무리 같은 일이라도, 각자 경험에는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도 마찬가지인것같다. 회사마다 상황도 각각 다르고, 모든 사람도 처한 상황이 다르기때문에 뭐가 절대적으로 좋다고 할수는 없을것이다. 스타트업이든, 큰회사든, 각자에 상황에 맞게 장단점을 잘 따져가면서 결정을 해야된다. 만약 스타트업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그냥 무작정 뛰어들지 말고 내가 이 경험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게 무엇인지를 잘 고민해보길 바란다.
와 #2 너무 공감되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