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다섯번째글. Hindsight 20/20—대학교, 그리고 첫번째 스타트업
Stanford에서 어떻게 Timeful까지 가게되었는지
최근에 운이 좋게 Retool이라는 스타트업에서 새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어떻게 하다보니 세번째로 입사하게 된 스타트업인데, 이번 포스트를 시작으로 한번 나의 커리어를 돌아보는 기회를 갖으려고한다.
지난 포스트에서 스타트업을 볼때 어떤점을 봤는지에 대해서 써봤는데 과연 실제로 나는 어떤생각을 가지고 각 회사들을 들어가게됐는지, 그리고 과연 그회사들이 생각대로 흘러갔는지 돌아보면 나름 배우는게 있지 않을까 싶다.
일단 처음 시작으로, 대학교 졸업하자마자 들어가게된 Timeful에 대해서 바로 이야기 해보려했으나 일단 그 이야기를 하기위해서는 나의 대학교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을것 같다. 코딩에 ‘코’자도 몰랐던 내가 스타트업 업계에 관심을 갖게되고 발을 들이게 된것도 다 생각해보면 실리콘밸리 한가운데있던 S대를 다닐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탠포드 - 스타트업 공장
미국 대학들은 각각 그들만의 다른 ‘문화’가 존재하는 것 같다. 의사되고싶은 사람들로 가득 차있는 대학도 있고, wall street을 꿈 꾸는 사람들이 있는 대학도 있고, 혹은 미국정치를 움직이고 싶어하는 학생들로 가득찬 대학도 있다. 그와중에 스탠포드는 스타트업이란 꿈을 파는 학교였다.
그리고 그런 환경을 만드는데에는 뭐 특별한 수업이나 비법이 존재했던것은 아니고, 그냥 지나치며 만나게되는 수많은 사람들과 들리는 그들의 성공스토리였던것 같다. 평범한 학생이었던 나만 해도 학교에다니면서 만나거나 들었던 이야기들이 꽤 된다. 그중 몇가지만 예를 들어보자면:
대학교 1학년때 이미 스타트업 업계에 아는분이 꽤 있으셨던 학교 선배가 난생 처음으로 하우스파티에 데리고 간적이 있었는데 그게바로 팔란티어 코파운더이자 8VC의 파운딩 파트너였던 Joe Lonsdale의 집이었다. 당시 30대 초반 밖에 안되었을텐데 로스알토스힐 (엄청난 부촌)의 대저택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호스트 했던 장면이 머릿속에 남아있다. 어떻게보면 처음으로 실리콘밸리에서의 성공이 뭔지 보게된날이었을지도 모른다.
“천재” 창업가들이 학교에 정말 많았다. 에반 스피겔이 처음 스냅챗이 나와서 대박을 쳤을때 그를 알던 몇몇 친구들이 “저런 날라리같은” 친구가 말도 안되는 앺으로 성공을했다고 불평(?)하던 기억도나고. Doordash 또한 옆 기숙사 있던 같은학년 학생들이 팔로알토에서 직접 배달을 뛰면서 시작하기도 했고. 직접 친한 친구들 중에서도 창업을 위해 학교를 쉬는 경우가 꽤 많았다. 그만큼 스타트업이 학교생활에 깊숙히 스며들어있었다.
2010년 초반에 한국에서도 이제 스타트업/벤처 열풍이 슬슬 시작되던때라 한국에서도 창업가분들이 종종 오셔서 학생들 커피나 밥을 사주시기도 하셨다. 그분들중 몇몇 분은 한국에서 웬만한 사람이라면 다 알만한 정도의 큰 성공을 거두시기도 하셨다. 확실히 그런 성공을 하신 분들은 처음 만났을때도 뭔가 다르다고 느꼈던 기억이 있다. 그분들의 얘기를들을때면 스마트한것은 당연하고 자기가 하는것에 대한 열정과 확신이 정말 확실 하셨던 것 같다. 종종 그분들의 소식을 뉴스에서 접할때면 나에게도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
이런 환경이, 원래 기계공학을 전공하려던 나를 컴퓨터 공학에 세계로 이끌고, 결국 스타트업에 취업까지 하게 만들어버렸다.
Timeful - 첫번째 스타트업
How I joined Timeful
막 컴퓨터공학을 전공으로 시작한 대학교 2학년, 스쿼시를 치면서 스탠포드에서 컴퓨터공학 박사과정을 하고 있던 제이콥이란 친구를 만났다. 그 해 여름, 마땅히 할게 없었던 나는 그 친구 lab에 research assistant로 들어가게되는데, 그 lab이 진행했던 리서치가 (대충 요약하자면..) ‘어떻게 하면 AI를 통해 인간이 시간관리를 더 효율적으로 할수있을까’ 였다. 나를 포함해 학부생 assistant가 4명 있었는데, 우리가 했던일은 그 리서치를 도와줄 스마트 캘린더앺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런 lab에서 일하는것이 레저매에도 좋았던 만큼, 리서치 어시스턴트일을 학기중에도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3학년이 끝나갈때쯤 제이콥이 이 리서치를 중단할거라는 소식을 전했는데, 대신에 그러면서 자기 담임교수와 함께 스타트업을 시작한다고 여름에 인턴으로 들어올 생각이 있냐는 제안이 들어왔었다. (그당시 하고 있던 리서치는 학계에서 별다른 반응을 못얻었는데, 오히려 벤처없계에서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들었다). 사람에게 도움을 줄수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든다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던 만큼, 당연히 그 제안을 수락했고, 그렇게 나는 스타트업 세계에 첫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Why I joined Timeful
그렇게 해서 4학년을 한학기 일찍 마치고 결국 Timeful에 풀타임 멤버로 들어가게됐는데, 그 당시에는 어리고 뭘 잘 몰랐던 만큼, 그렇게 많은 고민을하고 결정한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렇게 맘편히 Timeful을 고를 수 있었던 이유는:
인턴을 하면서 같이 일했던 팀메이트들이 좋았었다. 스탠포드 대학원생과 교수가 창업한 회사인만큼, 내 또래에 친구들이 같이 많이 있었는데, 일하는게 꼭 친구들이 모여서 같이 웃고 떠들면서 뭔가를 만들어나가는 분위기였다.
프로덕트가 맘에 들었었다. 코딩을 배우면서 졸업하고 꼭 세상에 도움이 될만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회사를 가고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Timeful이 만들었던 제품이 많은사람들의 삶을 더 편하고 productive하게 해줄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믿음이 가는 코파운더들이 있었다. 코파운더가 친구였던 제이콥, 그리고 다른 교수님 두명까지 셋이었는데, 제이콥은 친구이기도 했지만 정말 똑똑하고 뭔가 사람을 끄는 힘이 있었고, 한 교수님은 이미 exit을 몇번이나 하셨던 나름 실리콘밸리에서 유명한 연쇄창업가셨다. 그리고 마지막 교수님은 약간 어드바이저 같은 역할이시긴 했지만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링 작가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behavior scientist이셨다. 다들 자기 분야에서 뛰어나고 이미 스타트업 경험까지 갖췄으니 뭐라도 될거 같았다. (사실 그래서 펀딩도 굉장히 쉽게 탑 VC들한테 받을수 있었다.)
What is Timeful
(재미삼아 ChatGPT에게 타임풀이 뭐냐고 물어봤는데… 매우 정확하게 잘 설명했다)
Timeful was a productivity app that aimed to help users make the most of their time by combining a calendar and to-do list. It used machine learning algorithms to suggest the best times to schedule tasks and goals based on the user's habits and preferences. - from ChatGPT
ChatGPT가 말했듯이 타임풀은 기존 캘린더위에 투두리스트(to-do list)를 결합해서, 그 위에 AI를 통해 to-do (할 일) 들을 적재적소에 스케줄링해주는 시관관리 앺이라고 보면 될것 같다. 위에서 얘기한 “어떻게 하면 컴퓨터/AI를 통해 인간이 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수있을지”에 대한 답으로 나온 프로덕트였던 것이다. 그렇게 타임풀은 2014년, 여러 유명 VC (Khosla Ventures, Kleiner Perkins, 그리고 영화배우 Ashton Kutcher도 투자자였다)들에게 투자를 받고 정식으로 론칭하게 되었다 (당시 테크크런치 기사).
The end
론칭후 나름 시장에 반응도 좋고 타임풀을 열렬히 응원하는 파워유저도 꽤 많이 생겼었다. 하지만 1년동안 열심히 새로운 기능도 개발하고 여러번의 iteration을 거쳤지만, 결국 모든 스타트업이 원하는 product-market-fit을 찾지 못하고, 결국 구글에 인수되기로 결정이 났다 (당시 기사). 이렇게 나의 첫번째 스타트업 경험은 절반의(?) 성공으로 끝나게 된다.
스타트업의 대부분이 망하게 되는데, 모두가 원하는 구글에 나쁘지 않은 금액에 인수되었으니 성공스토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회사가 시작한지 2년만에 일어난 일이기때문에, 투자자들은 금방 돈을 벌 수 있어서 좋았고 (모든 투자가 그렇듯이, 돈을 넣으면 얼마를 버는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빨리 현금화가 되는지도 굉장히 중요하다), 직원들은 구글이란 회사에 입사할 기회가 생겨서 좋고, 연쇄창업자인 교수님은 내 기억으로 Timeful이 네번째 스타트업이셨는데 네번 모두 성공적으로 exit을 하신 기록까지 챙겨가실 수 있게되셨다.
하지만 프로덕트만 봤을때에는 결국 성공하지 못한 제품이었다 (실제로 구글이 인수하고 몇달후 서비스를 종료시켰다). 그때 당시 가장 유심히 봤던 metric이 retention이었는데 (유저가 오늘 앺을 사용했다면 그 다음날/다음주에 돌아오는 비율) 무슨 수를 써도 retention을 크게 끌어 올릴 수가 없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리 초반에 유저가 좋아하고 많이 사용해도 길게봤을때 결국 앺 사용을 멈춘다면, 딱 밑빠진 독에 물을 붙는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이게 우리가 결국 product-market-fit을 찾지 못했다는 결정적인 증거였고, 이 부분이 파운더들이 돈을 더 raise해서 회사를 이끌고 나가는 것보다 인수합병이 더 맞는 선택이라는 결정을 하게된 큰 이유였다.
Timeful은 첫번째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나의 첫 직장이었던 만큼, 정말 많은것을 배울수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 한국인들 중에 이런 초기 스타트업에 일하던 사람이 많이 없을때라 그런지 주변 지인들에게도 꽤나 Timeful의 인상이 강렬했던 것 같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Timeful이 없어지고 몇년이 지난 후에도 그 이름을 기억하니 말이다. 그리고 이때에 경험이 내가 몇년후에 Clockwise란 스타트업에 들어가게된 결정적인 이유가되었다.
일단 두서없는 글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다음에는 얼떨결에 들어가게된 구글에 대한 이야기를 살짝 해보려고한다.
다음 포스트는 👇🏼






긴 글인데도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어요! 다음 글도 기대할게요🤩
스탠포드 클라스 쩌네요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