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글에서 내가 일했던 스타트업이 구글에 팔려나가는 과정에 대해서 조금 이야기 해보았는데, 이번에는 우리를 인수해준 구글에서 보낸 한 3년정도의 시간에 대해서 썰을 조금 풀어보려고 한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구글 캘린더, 구글 Chat 팀등에서 일을 했는데, 어떻게보면 나름 구글의 최전성기 시절을 직접 안에서 경험한게 아닌가 싶다. 특히 요즘 같이 레이오프도 많고 다들 돈을 최대한 아끼면서 살아남으려는 회사가 많은 상황에서 돌아보면 그때같은 시절이 과연 다시 돌아올까 하는 “라떼” 같은 생각도 하게 된다.
구글 (perk) 의 위대함
*미국에서 회사내 복지를 perk라고 한다
#1. 일단 삼시세끼 맛있는 밥이 공짜로 나오는데, 카페테리아도 여러 곳이 있어서 매일 메뉴를 보면서 어디가서 뭐를 먹을지 행복한 고민을 하며 일을 했다. 커피도 단순히 공짜가 아니라, 온갖 종류별로 있어 골라 마실 수 있었고. 캠퍼스 한곳에 coffee bar라고 특별히 카페 같은곳이 있었는데 (보통 커피 내려 마시는데가 레귤러 스타벅스라면, 이곳은 스타벅스 reserve 같은 곳이었다), 가끔 친구들이 놀러오거나, 오후에 여유가있을때 산책 겸 가서 바리스타가 해주는 더 맛있는 커피를 즐기고 올때도 있었다.
#2. 최고 수준의 운동 / 체육 시설이 있었다. 돌아보면 구글에서 일할때가 체력적으로 가장 좋았었던것 같다. 일단 캠퍼스마다 가까운 거리에 gym 들이 다 있어서 매일 웨이트 트레이닝도 가능했고, 캠퍼스가 워낙 크고 좋았으니 밖에서 조깅도 많이 했던 기억이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수영장, 테니스장, 인조잔디 축구장 등등… 없는 것이 없었다. 여담이지만, 웬만한 perk는 구글보다 더 좋았던 페이스북도 운동시설은 비교가 안 됐었다. 농담으로 페이스북에 있던 친구들한테, 페이스북은 직원들 건강도 안챙기는 회사라고 놀리곤 했었다.
축구도 아마 구글에서 제일 열심히 했었던것 같다. 매년 사내 리그가 있었는데, 최고급 인조잔디 구장에서 매주 11대11 축구를 했었다. 어느정도 스케일이었냐면, 3개의 디비전에 각각 8팀 정도가 있어서 내 기억으론 봄, 가을 1년에 두번씩 리그전을 했었다. 가보면 고등학교, 대학교 선수를 하던 친구들도 있고, 축구에 미쳐있는 남미, 유럽 친구들도 있고, 굉장히 다양한 인종들이 섞여서 같이 시합을 하곤 했었다.
#3. 같이일하던 동료들과 가끔 하던 얘기였는데, 구글은 회사가 아니라, 정말 잘 운영되는 한 나라 같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한 나라가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처럼, 구글 또한 사원들과 캠퍼스의 안전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시큐리티 팀이 정말 대단했던 기억이 있다. 글로벌 회사 였던 만큼 전세계에 10만명 이상의 구글러들이 퍼져 있었는데, 그래서 전세계 어디에서든 무슨 일이 발생하면 (지진, 사고 등등) 시큐리티 팀이 가장 먼저 반응해서 대응책을 내놓고 직원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무슨일이 있으면 시큐리티팀에 연락을 하라고 보낸다. 구글에 있을때에는 멀리 여행을 가도 다른때보다 훨씬 맘이 편했던 것 같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가족, 대사관 보다 먼저 구글 시큐리티에 연락을 하면 괜찮을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4. 구글이 가장 먼저 이런 perk들로 유명해지긴 했지만, 다른 회사들도 경쟁처럼 employee들에게 각종 perk들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드랍박스는 유명한 셰프를 데려오기도 하고, 온갖 비싼 술이 가득한 bar가 있던 회사도 있고, 그 당시 잘나가는 회사였다면 구글 보다 좋은 perk를 제공하는 게 어려운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아무도 구글의 세계적인 스케일은 따라가지 못했던 것 같다. 정말 웬만한 큰 도시에는 오피스가 다 있었고, 항상 그 도시에 가장 핵심이고 ‘핫’한 곳만 골라서 오피스를 차린다 (예를 들어 서울은 강남역, 도쿄에서는 롯폰기, 뉴욕에서는 첼시마켓 등등). 그리고 회사 뱃지만 있으면 전 세계 어느 오피스에 가서 일도 할 수 있고 밥도 먹을 수 있고 그랬다. 나만 해도 출장, 여행 등을 통해서 전 세계 오피스 10군데 정도를 가봤는데, 갈때마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한번은 캐나다 Waterloo (토론토 근처) 오피스에 출장을 간 적이 있었는데, 새롭게 크게 지은 오피스를 오픈한지 얼마 안 돼서였다. 마침 그 주에 오피스 오프닝 행사를 했는데 캐나다 Justin Trudeau 총리가 직접 와서 연설을 하고 갔던 기억이 있다. 내가 한 나라의 수장을 그렇게 가까이서 볼 줄은 몰랐다.

#5. 이런 말도 안되는 perk가 가능한 이유는, 구글이 말도 안 될 정도의 돈을 그냥 앉아서 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들어갔을때 이미 연 매출이 100조에 가까웠는데, 그런 사이즈에서도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지 매년 못해도 20%의 성장률을 기록하던 말도 안되는 비지니스 모델을 가졌던 회사였다. (2022년 매출은 $280B, 대충해도 350조원 이상…) 그리고 이게 다 초창기부터 독점을 하던 인터넷 서치와 광고 덕분인데, 대충 매출에 80~90프로가 광고에서 나온다고 보면 될 것이다. 내가 앉아서 번다고 하는 이유는 사실 구글이 2010년 이후에 새로 론칭해서 제대로 성공시킨 프로덕트는 거의 없는데 (거기에 meaningful한 매출을 내는 새 프로덕트는 더욱이 없다) 그럼에도 말도 안되는 실적을 계속 낸 다는 데에 있다. 20년전에 찾은 “서치+광고”라는 엄청난 꿀단지 덕분에 매년 돈 걱정안하고 사는 회사가 된 것이다.
다음 이야기…
어떻게 해서 운이 좋게 들어간 구글에서 3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는데, 개인적으로 굉장히 뜻 깊은 시간 이었던 것 같다. 학교에서 전공도 늦게 정하고 수업 따라가기에 급급했던 나였는데, 구글에서 3년을 버티면서 나름 이 동네에서 엔지니어로 살아남을 수 있겠다 하는 자신감이 생겼었다.
구글에는 똑똑한 사람들도 정말 많았고 (진짜 세상을 바꾼 엔지니어들이 존재하는 회사였다), 그런 사람들과 일하면서 구글같이 큰 회사가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지 많이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 좋은 점도 많고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구글이지만, 3년이 지나고는 더 이상 있을 수 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 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