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여섯번째글. Hindsight 20/20 (2)—스타트업이 구글에 팔리기까지
회사가 팔리게 된다는 소식부터 구글에 진짜 들어갈때까지의 이야기
원래 구글에 대해서 바로 이야기 해보려 했으나, 몇몇 친구들의 요청으로 회사가 팔리는 과정이 어땠는지에 대한 썰을 가볍게 풀어보려고 한다. 당연히 직접 회사를 팔아본 창업자나 투자자만큼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회사가 팔린다는 소식을 듣는 직원의 입장은 어땠는지, 팀 전체의 분위기는 어땠는지 기억해보려고 한다.
(이 글이 처음이라면 지난 포스트에서 내가 일했던 스타트업에 대해서 더 자세히 읽을 수 있다!)
지난번 글 - 2023년. 다섯번째글. Hindsight 20/20—대학교, 그리고 첫번째 스타트업
끝의 시작 ⌛️
첫번째 버전을 론칭하고 몇달이 지난후 (아마 2015년 초반쯤이었던걸로 기억한다) 대대적인 re-design을 거쳐서 두번째 버전을 크게 론칭했다. 두번째 버전을 통해서 결국 목표는 유저를 더 모으고 retention을 높이는 거였는데, 지난 포스트에서도 얘기했듯이 결국 retention이라는 metric을 제대로 높이는데에는 많이 부족했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슬슬 회사도 다음 fundraising 라운드를 생각할때가 왔고, 그래서 파운더들이 외부 투자자 미팅때문에 자리를 비우는 일도 더 잦아졌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회사에서 점심에 all-hands 미팅 (회사 전체 미팅) 이 잡혔다는 메세지를 보냈다. 회사에서 이렇게 예정에 없는 all-hands를 잡을때는 신규 투자 유치던 회사가 팔리던 항상 큰 뉴스가 있다고 보면 된다. (요즘에는 안타깝게도 lay-off를 발표할때 많이 볼수있을것이다…). 어디 회사근처 음식점에 가서 다같이 점심을 먹었던것 같은데, 점심을 먹고 코파운더였던 교수님이 드디어 말씀을 하기 시작하셨다. 대충 요약하자면, 지금 이 얘기를 하는게 위험(?) 할 수도 있지만 팀원들을 믿고 다 얘기하겠다며, 아직 협상이 끝나진 않았지만 회사가 팔릴 것 같다는 얘기를 하셨다. 그리고 그 회사가 우리를 인수해줄 회사가 바로 구글이라는 것까지.
이 점심이후 구글에 입사하기까지 두, 세달 정도의 시간이 걸렸으니,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파운더들이 이 얘기를 우리한테 꽤 일찍 한거 같긴 하다. 이런 이야기를 팀원들한테 일찍한다는게 쉬운결정이 아닌게, 일단 모두가 협상이 끝날때까지 모든 것을 비밀로 지켜야되고, 혹시 딜이 깨진다면 회사의 morale이 박살나면서 회사의 생존을 걱정해야되는 상황이 되게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좀 더 경력이 많았던 팀원들은 이런 뉴스를 일찍 쉐어해줘서 고맙다는 얘기도 많이 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만에도 많은 파운더들이 이런 회사의 사정들을 많이 쉬쉬하며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기다림.
자, 그럼 구글에 팔리기까지 약 두달 정도의 시간이 있었는데, 파운더들은 열심히 협상테이블에 앉아서 고생할동안 나같은 나머지 직원들은 어떻게 지냈는지 짧게 풀어보려고 한다.
일단 그 점심이후, 구글에 팔릴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일이 손에 잡히지를 않았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랬다. 그 주 내내 팀원들과 구글에 가면 어떨까 하는 얘기만 했던것 같다. 물론 그 달에 일단 예정되있던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되긴했지만 이전과 비교해 아웃풋이 반도 안되었을 것이다. 이미 김칫국을 많이 마신 상태였는데, 그래서 만약에 이러고 딜이 깨졌다면 아마 회사는 회생불가의 상태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결국 더 헐값에 어디 흡수됐거나 그대로 문을 닫지 않았을까.
여담이지만 이번에 리크루팅 도중 큰 exit을 할뻔했다 취소된 회사와 인터뷰를 한적이 있었는데, 짧은 인터뷰에서도 뭔가 그 실망감과 힘이 빠진 분위기를 느낄수있었다. 그만큼 회사 morale이 중요하고 한번 내려가면 다시 사기를 끓어올리는게 정말 쉽지 않은 듯 하다.
그리고 기대만 있었던게 아니라 걱정도 있었는데, 구글이 인수협상 도중 팀원 모두를 인터뷰해서 평가하겠다고 한것이었다 (그래서 구글의 hiring bar를 못 맞추면 그 사람은 탈락!) 듣기로는 회사를 인수할때 대부분 거치는 과정이라고 하는데 회사가 작으면 다 인터뷰해서 레벨을 정하고, 큰회사들은 몇몇 팀을 샘플링을해서 인터뷰를 진행한다고 한다. 학부시절에는 통과하지 못했던 구글의 인터뷰였는데 이번에는 잘 할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그러고 얼마 후 구글과의 인터뷰가 잡혔는데, 그때부터는 일은 안하고 인터뷰 준비만 했던 기억이 난다. 팀에 조금 더 senior 했던 팀메이트 중에서는 구글에서 온 사람도 몇몇 있었어서, 나 같은 junior한 친구들을 많이 도와주기도 했었다.
인터뷰는 우리팀을 두팀으로 나눠서 이틀에 걸쳐 진행됐던거 같은데, 다같이 소풍(?) 가는 기분으로 구글 캠퍼스도 구경하고 인터뷰 자체도 다른 평상시 인터뷰보다 조금더 soft 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인터뷰는 잘 마무리하고, 몇일 후에 다행히 모든 팀원들이 인터뷰를 통과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파티 🎉
그렇게 인터뷰까지 마치고 마지막 한달정도는 정말 즐겁게 놀면서 일을 했던 것 같다. 인터뷰가 있고 한 1주일 후쯤, 파운더들이 미팅룸에 앉아서 팀원들을 한명 한명씩 불러들이기 시작했는데, 그날이 바로 파운더가 우리에게 구글 오퍼를 정식으로 전해주는 날이었다. 보통 구글 오퍼와 비슷하지만 하나 다른점은 바로 retention bonus1가 오퍼위에 더해진다는 점인데, 사람/직급에 따라 다르지만 주로 4년동안 나눠서 보너스가 나오고 이 보너스 덕에 대부분이 자기 직급보다 한단계 위정도의 연봉을 받게 해준다. 좀 박했던 스타트업 연봉을 받다가 retention bonus까지 있는 대기업의 오퍼를 보고 나니 그날은 다들 유난히 더 많이 웃었던걸로 기억한다.
이제는 진짜 언제 구글에서 시작해도 이상하지 않았을때니 기존 프로젝트들도 점점 내려놓게 되고 대부분이 그동안 못해봤던 실험적인 feature들을 만들어 보거나 하는 ‘자유시간’을 많이 갖게됐다.
마지막으로 회사에서 단체 여행 / 파티를 준비 했었는데 샌프란에서 한시간 떨어진 Half Moon Bay에 있는 최고급 호텔에서 1박 2일동안 retreat을 가게 됐었다 (무려 1인 1실, 하룻밤에 약 백만원!). 팀원들 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까지 다 초대해서 점심에는 다같이 바닷가에서 바베큐를 즐기고 저녁에는 이벤트 홀을 빌려서 다같이 모여 그 회사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축하의 자리를 가졌다. 이벤트 마지막쯤 파운더였던 교수님이 앞에 나가서 팀원 한명 한명씩 호명하면서 그 사람에 대해 한마디씩 해주고 감사의 인사를 전해줬는데, 그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다.
아직도 기억나는게 나에대해서는 “fire and forget”이란 말을 하시면서, 뭐든 시키면 알아서 잘 해온다는 얘기를 해주셨었다. 이미 정말 이룰것을 다 이룬 교수이자 회사의 대표였는데, 나 같이 대학을 갓 졸업한 초짜 엔지니어까지 챙겨주신 것에 되게 감사했고 교수님한테 칭찬을 받은 것에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구글.
마지막 파티를 하고도 협상이 끝나지 않아서 몇 주란 시간이 더 흐르고 나서야 가장 구글스러운 날에 (5월 4일. 구글에 정말 많은 스타워즈 팬이 있는데, 5월 4일을 스타워즈 데이라고 한다. May the “fourth” be with you…) 드디어 구글에서 첫 출근을 하게되었다. 구글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조금 더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이게 다 대학을 졸업하고 1년 채 안됐을때 겪은 일들이었는데, 아마 이런 흔치 않았던 경험들이 나를 스타트업 세계에 더 끌리게 만드는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작이 좋았어서 너무 스타트업에 대한 시각이 “로맨틱” 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어찌됐든 타임풀 이후로는 다시 이런 exit은 경험하지 못 하였는데, 이 동네 모두가 그렇듯 다음 번 한방을 향해 계속 달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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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은 acquisition에서는 결국 프로덕트보다 사람들을 보고 인수하는건데, 그래서 직원들이 회사가 팔리고 바로 나가지 못하도록 해놓는 장치라고 보면된다.





Gr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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